그들만의 유토피아 이야기-<La La Land(라라랜드)>

 

 

La La Land(라라랜드)의 유토피아 이미지와 ‘공간’의 상징성, 그리고 의미

 

 

 

영화, 음악, TV 드라마 및 광고 등 미디어 장르는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그 중 유토피아(Utopia)는 다양한 해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수용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야기되는 부정적 효과와 연계 될 수 있는데, 빈부격차, 인종차별, 실업, 인플레이션, 테러 등 복잡하고 불평등한 사회 문제를 직면해 오면서 인간은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의 이미지를 그리게 되었고, 그것이 재현된 영상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뮤지컬 영화는 현실에서 잠시 도피(Escapism) 하거나 유토피아에 대한 향수와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 분류되어 왔다.[1] 다른 장르와 차별화 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음악과 안무인데, 장면의 스펙타클(spectacles) 생성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또 다른 ‘공간’을 형성 하고, 그것을 통해 등장인물의 보이지 않는 내면심리가 현상화 되면서 의미전달의 기능을 하고 있다. 각 시대의 사회와 현상을 인물과 이야기 맥락을 통해 투영 하고 각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현실을 반영하며, 때로는 당시의 이상적인 세계를 묘사 하면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대중들의 욕망을 충족 시켜 주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The Wizard of Oz (1939, MGM)는 The land of Oz를 배경으로 유토피아의 판타지와 비현실적 이미지를 표현 한 고전 뮤지컬 영화로서, 1930년대 영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미국 대공황 당시의 대중들의 심리를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반면, 현대의 뮤지컬 영화는 배우의 퍼포먼스 묘사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르 미학 관점에서는 뮤지컬 영화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성, 단순 도피주의, 그리고 동화 속 의인화 된 캐릭터 등으로 묘사되던 과거와는 다르게 사실적인 배경과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유토피아를 그려내는 차이점이 있다.[2]

 

La La Land (2016)는 이러한 특성을 잘 반영한 결과로 21세기 이래 할리우드의 현대 뮤지컬 영화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카데미 수상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미국 이외 영국, 중국, 한국 및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흥행하였다.[3]

 

이 포스팅에서는 La La Land가 전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유토피아 이미지와 공간적 묘사에서 찾아 보려 한다. 그 중 뮤지컬 영화가 지닌 시∙청각적 요소(visual elements)의 커뮤니케이션 기능, 고전 뮤지컬 영화들의 트리뷰트(tribute), 그리고 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형성하는 ‘공감대’가 불러 온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타이틀이자 이야기가 전개 되는 주요 공간인 ‘La La Land (라라랜드)’는 주인공들의 꿈이 실현 되는 공간이며 동시에 환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 할 만한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꿈과 이상,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Mia와 Sebastian의 심리 변화와 내면이 표현되는 장면들이 각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s) 안에서 독립적인 시∙공간성을 형성하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La La Land에서 묘사되는 유토피아 이미지와 공간에 대한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선별된 장면들을 중심으로 기호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접근해 보려 한다. 영화는 언어와 비언어적, 즉 영상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호학적 접근은 연출과 극작가에 의해 ‘의도된 의미’를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뮤지컬 영화는 일반 장르보다 ‘융∙복합적’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일반적인 기호학적 분석 방법을 적용한다면 뮤지컬 영화가 지닌 서사성이나 특이성을 통해 표현되는 심층적(superficial layer)인 의미를 도출 해 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다방면(multi-analytical approach)적인 분석 방법으로 La La Land를 접근하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서 ‘뮤지컬 요소’는 장르 구분 여부를 떠나 행동과 감성을 장면 안에서 조화시키는 ‘언어’로서 사용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 배경(L.A.)에서 벌어지는 두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를 설명하는 도구 인 것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 감각적으로 배치 된 30-50년대 고전 뮤지컬 영화의 트리뷰트(tribute)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등장 인물의 정서 변화와 감정을 묘사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특정 시대와 작품을 가늠케 하는 컬러와 빛의 사용, 특히 캐릭터의 움직임과 춤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몽환성과 환상성을 동반하는 독립적인 시∙공간을 생성한다. “A Lovely Night”은 그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주인공이 주차 된 차를 찾기 위해 Hollywood Hill로 올라가는 장면은 “Singing in the Rain (1952)”의 대표적인 장면을 연상 시킨다(Photo 1, 2 참고). ‘영화 속의 현실과 그 현실 속의 영화 같은 장면’라는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추억과 향수(nostalgia)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Photo1, 2: La La Land의 “A Lovely Night”과 “Singing In the Rain (1952)”의 장면)

 

 

앞서 언급하였듯이, 뮤지컬 영화에서의 안무와 노래는 구성을 통해 상황과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A Lovely Night”은 서로의 호감을 확인하는 Mia와 Sebastian의 아직 완성 되지 않은 관계의 상황을 고려하여 안무의 동선과 움직임이 엇갈리거나, Sebastian이 Mia의 뒤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Mia가 Sebastian이 신고 있는 같은 탭 슈즈를 꺼내 신고 본격적인 안무로 들어 가는 장면은 현실적인 시∙공간이 멈추고 두 주인공이 서 있는 언덕이 무대로 바뀌는 듯한 연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4]

 

 

엔딩(Ending) 장면은 실현 될 수 없는 유토피아를 판타지 이미지로 그려 낸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기약 없이 서로를 떠나 보낸 몇 년 후, Sebastian의 꿈이었던 재즈카페에서 재회한 두 주인공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그려지는 20여분의 엔딩은 ‘만일…그랬다면(What if)’의 상상과 회환이 만들어 낸 ‘판타지 공간’에서 더 이상 실현 될 수 없는 또 다른 해피 엔딩(Happy Ending)을 묘사하고 있다. 재즈카페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함께 프랑스로 건너 간 Sebastian이 Mia와의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었다는 두 사람의 상상은 30-50년대 고전 뮤지컬 형식을 빌어 ‘영화 속의 영화’로서 표현되고 있는데, 동화(fairy tale) 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다(lived happily ever after)’는 결말을 기대 했다가 현실적인 결말에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는 관객들에게 ‘정서적 보상’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의 전개는 카페에서 다시 마주한 두 주인공의 시선으로 시작하여 Sebastian의 연주 속에서 재현되고, 음악의 연주와 함께 끝이 나며, 시선의 나눔으로 마무리 된다. 두 주인공의 추억이 담긴 Sebastian의 “City of Stars”의 변주곡 속에서 전개되는 장면들은 인생과 운명이 언제나 예상과 기대 대로만 흘러 갈 수 없다는 교훈적 메시지와 함께, La La Land가 지니고 있는 관점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현실과 타협하여 꿈을 실현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 상대방의 행복을 응원하는 이 영화의 결말은, 비현실적이지만 행복하게 마무리 되어야 했던 기존 여타의 뮤지컬 영화의 ‘예상된 해피엔딩(Happy Ending)’과는 다르게, 현대 관객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Photo 3: La La Land의  상상 장면과 엔딩 )

 

 

이러한 접근을 위하여,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감정의 변화와 흐름을 영상의컬러, 빛, 움직임, 안무와 음악 등의 기능과 도구에 의해 생성되는 독립적인 ‘판타지 공간’ 내에서 묘사하였다. 더하여, 고전 뮤지컬 영화 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오마쥬(Hommage)는 ‘영화 속의 영화적인 공간’의 이미지 표현뿐만 아니라, 현대 관객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상기시키며 영화와의 감정적인 거리를 조절하는 장치로서 작용하였다.

 

 

나아가, La La Land는 동화나 판타지 배경 속에 의인화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구성하여 유토피아 이미지를 표현한 이전의 뮤지컬 영화들과 다르게, 현실적인 결말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비현실적인 행복 추구 보다는 실현 가능한 행복에 공감하는 현대 사회의 달라진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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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ichard Dyer는 뮤지컬 영화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라고 정의 한다. 여기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뮤지컬 영화의 기능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현실보다 더 나은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Dyer는 뮤지컬 영화 속 유토피아의 역할을 “감정적인 코드(affective code)”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컬러, 소리(멜로디와 리듬), 움직임(몸짓), 카메라 앵글(camera angle) 또는 프레임(frame) 등과 같이 시각적 요소를 나타내는 표상적 기호(representational signs)와 비표상적 기호(non-representational signs)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작용인 것이다 (2000, 19-20).

[2] Travis B. Malone은 1970년대 이후 뮤지컬 영화를 유토피아 감성을 그려내고 전달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관객들, 특히 미국인들은 20세기 후반부터 사회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양한 유토피아 개념에 매료되어 왔으며, 뮤지컬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거나 직면하는 수단으로서 유토피아(Utopia)와 디스토피아(Dystopia)를 그려낸다고 설명한다 (2006, 244).

[3] Total Lifetime Grosses (US Domestic: $151,101,803 (33.9%) + Foreign: $294,948,586 (66.1%) = Worldwide: $446,050,389)  - Box Office Mojo 기준

[4] 이 장면은 Mia의 남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벨 소리에 의해 두 주인공의 인식이 현실로 환기 되기 전까지 지속된다.